1.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1732-1809)
하이든은 29세에 헝가리의 권세 있는 가문인 에스테르하지의 전속 음악가로 채용되어 늘 유니폼을 입고 근무했다. 환갑까지 일했다고 하니 매우 긴 시간이었다.
에스테르하지 가문은 2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솔리스트 10여 명도 고용했다.
하이든은 공작의 요구에 따라 작품을 써야 할 의무가 있었고 매주 오페라 공연과 음악회가 각 2회씩에 귀빈들이 방문할 때마다 연주회를 수시로 열어야 했다.
그는 교향곡만 108개를 썼는데 모차르트가 41곡, 베토벤이 9곡, 브람스가 4곡이었다는 사실을 볼 때 얼마나 열심히 썼는지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68개의 현악 4중주, 26개의 오페라 등... 세상에 노출된 곡이 이 정도이지 유실된 것까지 합치면 그가 쓴 작품은 훨씬 많다. 매우 바쁘게 직업인으로서 충실히 일했어야만 했던 위치에서 다작을 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터에 전속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까지 있었기 때문에 창작한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들을 고쳐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의 음악감독 시절은 그에게 좋은 환경이 되었을 것이다.
2. 교향곡 45번 고별
하이든은 유머가 넘치는 밝은 성격의 음악가였다.
니콜라우스 공작이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수장으로 있을 때 헝가리의 오지 마을에 화려한 궁전을 지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 한 공작이 그곳에 거의 1년 내내 머무르게 되자 자동적으로 가문의 직원들 모두 그곳에서의 생활이 연장되었다. 오케스트라 등 단원들은 하이든에게,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휴가를 달라고 공작에게 말해달라 부탁했다.
난처한 상황에 놓인 하이든은 음악을 통한 아이디어를 냈다.
교향곡 마지막 악장은 당시 빠른 템포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느린 템포로 만들어서 연주자들이 자신의 파트가 끝나면 앞에 놓인 촛불을 끄고 퇴장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로 했다. 순차적으로 마지막 악기까지 퇴장하며 끝이 났다.
이 연주회를 보던 공작은 하이든이 말하고 싶은 의미를 깨닫고 다음 날 에스텔하지 궁전을 떠난다는 지시를 내렸다. 전원 휴가!
특별히 음악적으로 감동이 있어서 이 곡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을 잘하고 좋은 관계도 유지하고 때로는 불합리한 일들도 만나게 되면서 어떻게 처신하고 말해야 하는지 고민될 때가 많다. 하이든의 아이디어를 보면서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를 예의를 갖추어서, 적절한 도구로 명확하게 보내는 지혜로움에 감탄했고 배우고 싶었다.
클래식 책을 읽다 보면 간간히 동시대에 살았던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성품을 비교하는 문구들을 보곤 하는데 모차르트는 어른아이, 하이든은 훌륭한 심성을 가졌다고 한다.
거의 음악 노예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하이든이 니콜라우스 공작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스무스하게 의사전달을 하는 모습이 참 멋지고 그것을 받아들인 공작의 아량도 훌륭하다.
이 스토리가 아직도 남아 연주회에서 퍼포먼스로 쓰이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퍼포먼스에 집중한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너무 산만했고, 그래도 바렌보임이 지휘한 이 연주가 위트 있고 적당했던 것 같다.
https://youtu.be/vfdZFduvh4w?si=DZpdBgsS4nyj-u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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